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개인통관번호로 조회해 보니, 내 이름으로 해외직구가 잔뜩 찍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분명 내가 산 기억이 없는 물건들인데, 관세청 시스템상으로는 모두 ‘내 구매 이력’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죠. 라바김이 보기엔, 이 문제는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해외직구 제도 자체가 바뀌려는 전조에 가깝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해외직구 제도가 바뀌려 하는지, 개인통관번호에 쌓인 ‘불편한 진실’을 정리해 봅니다.
1. 개인통관고유부호, 원래는 좋은 취지였다
개인통관고유부호(개인통관번호)는 원래 해외 물품을 수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쓰라고 만든 제도입니다. ‘P’로 시작하는 13자리 번호로, 관세청 사이트에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죠. 주민번호를 직접 적지 않아도 되니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분명 진일보한 장치였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번호가 사실상 “해외직구 모든 기록을 모아 두는 키(key)”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름·주소·개인통관번호만 맞으면, 누가 결제를 했든, 어떤 경로를 거쳤든 최종 수취인의 번호에 구매 이력이 다 쌓이게 됩니다.
2. 왜 이렇게까지 해외직구에 많이 쓰이게 됐을까
코로나 이후 해외직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각종 쇼핑몰·구매대행·공동구매 업체들이 “통관번호만 알려주시면 됩니다”라는 식으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소액면세(150달러 이하 면세) 규정이 결합되면서 편법이 끼어들 여지가 생겼습니다. 사업자가 자기 이름으로 들여와서 세금을 내면 되지만, 실제로는 가족·지인·고객의 통관번호를 빌려 여러 사람 이름으로 쪼개 들여오는 구조가 생긴 것이죠. 겉으로는 ‘개인 소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업용 물건을 여러 사람 명의로 나눠 들여오는 것에 가깝습니다.
3. 첫 번째 문제 – “내가 모르는 내 이름으로” 쌓이는 기록들
많은 분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한두 번밖에 안 산 것 같은데, 조회해 보니 수십 건이 찍혀 있다”는 사례들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 예전에 가족이나 지인이 “통관번호 좀 알려줘” 해서 준 적이 있음
- 중고 거래·카페 공동구매에서 “대신 사 드릴게요, 통관번호만 주세요”라고 해서 넘긴 적이 있음
- 구매대행 업체나 쇼핑몰에 한 번 맡긴 뒤, 그 이후에도 계속 그 번호를 써 왔음
그때는 별생각 없이 넘겼지만, 몇 년치 기록이 모두 ‘내 이름’으로 쌓여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관세청이 특정 품목이나 금액대를 정밀 점검하기 시작하면, 설명해야 할 사람도 결국 ‘번호 주인’입니다.
4. 두 번째 문제 – 면세 한도와 세금 리스크
해외직구를 자주 하는 분들은 “150달러 이하로 끊어서 사면 세금이 안 나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결제를 여러 번 나누거나, 이름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 소액면세를 최대한 활용해 왔죠.
하지만 제도 입장에서 보면, 이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제도를 쪼개 쓰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관세청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특정 통관번호로 반복·다량의 물건이 들어오는 패턴”을 위험 신호로 보기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부터는 소액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이 아니라, 패턴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5. 그래서 제도가 어떻게 바뀌려 할까 – 라바김이 보는 두 가지 가능성
라바김이 보기엔, 제도 변화 방향은 크게 두 단계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① 개인통관번호 발급·사용 요건 강화
지금처럼 쉽게 번호를 발급하고, 여러 업체가 자유롭게 저장·사용하는 구조는 언젠가 손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 인증 절차를 더 강화하거나, 동일 번호의 반복 사용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 나올 수 있습니다.
② 일정 금액 이상은 실거래 정보 중심으로 전환
고가 제품이나 반복 구매에 대해서는, 단순히 통관번호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결제 수단, 실제 사용처, 사업자 여부 등을 더 꼼꼼히 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소액면세·해외직구 통계를 정비하면서, ‘개인 소비’와 ‘사업 목적’의 경계를 다시 나누려 할 것입니다.
정확한 방식과 속도는 정부 발표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처럼 대충 번호만 주고받는 시대는 길지 않다”는 것만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6. 지금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대비 4가지
미래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지금부터 정리해 두면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라바김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대비책은 네 가지입니다.
1) 가족·지인 통관번호 ‘돌려쓰기’ 즉시 중단
앞으로는 “각자 자기 번호로, 자기 물건만” 통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부탁을 받더라도, 번호를 쉽게 넘기지 않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2) 중고·공동구매에서 통관번호 요구 시 특히 주의
“대신 사 드릴게요”라는 말 뒤에 어떤 구조가 숨어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판매자·업체의 사업자 등록 여부, 후기 등을 꼼꼼히 보고 결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3) 내 통관 내역 한 번은 직접 조회해 보기
관세청 사이트에서 개인통관고유부호로 내역 조회를 해 보면, 지금까지 어떤 품목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내역이 많다면, 지금이라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자주 사는 품목은 ‘정상 세금 내고 정식 통관’ 기준으로 생각하기
처음부터 세금까지 포함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후 제도가 바뀌어도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특히 되팔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7. 라바김이 보는 이번 이슈의 핵심
제도는 항상 “편법이 쌓인 쪽”을 향해 움직입니다. 해외직구·개인통관번호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느슨하게 운영해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가 정책 변화의 근거가 됩니다.
라바김은 이번 이슈를 “무조건 겁낼 일”로 보진 않습니다. 다만, “미리 정리해 두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차이가 커질 수 있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내 번호로, 내가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 세금과 기록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제도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훨씬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 글이 해외직구를 자주 이용하는 분들께, 그리고 은퇴 후 소비 패턴을 다시 설계하는 시니어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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